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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6개월, 수입 없는 시간을 버텨낸 생존 전략프리랜서 2025. 6. 29. 20:26
많은 사람이 퇴사를 결심할 때, 자유롭고 유연한 삶을 기대한다. 나 역시 그랬다.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며 쌓인 피로와 권태, 조직 속에서의 무기력함은 퇴사를 꿈꾸게 만들었고, 프리랜서라는 단어는 새로운 희망처럼 느껴졌다. ‘내 시간을 내가 쓰고, 내 일은 내가 결정하는 삶’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퇴사 후 현실은 전혀 달랐다.
퇴사를 한 뒤 첫 한 달은 그야말로 자유로웠다. 매일 늦잠을 자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미뤄둔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무엇보다 ‘수입이 없다는 사실’이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지고, 카드값·식비·관리비·보험료가 빠져나가는 현실 앞에서, 나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퇴사 후 6개월 동안 단 한 건의 수익도 만들지 못한 채 버텨야 했고, 그 시간은 나에게 매우 치열한 생존기였다.
이 글은 그런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입이 0원이었던 6개월을 어떻게 버텼고, 어떤 전략으로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리얼한 생존 기록이다.수입은 없지만 고정지출은 계속된다: 현실을 직면하고 소비를 해체하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먼저 닥친 문제는 ‘돈이 계속 나간다는 점’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예금 잔고가 줄어들었다. 고정비가 생각보다 많았다. 매달 150만 원 이상이 별다른 소비 없이도 빠져나갔다. 월세, 통신비, 보험료, 교통비, 식비, 플랫폼 구독료까지, 일상 속 지출은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출 해체 작업이었다. 구독 서비스들을 전부 중단했고, 매일 가던 프랜차이즈 커피도 끊었다. 외식은 거의 하지 않았고, 마트 장보기마저도 계획표를 짜서 움직였다. 월세를 줄이기 위해 반지하로 이사까지 고민했을 정도였다. 실제로는 주거 이전 없이 고정비를 5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고, 한 달 생존비를 80만 원 수준으로 낮췄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비참함’이라는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절약은 궁핍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돈의 흐름을 처음으로 통제해보는 경험을 했다. 프리랜서는 수익 이전에 현실을 마주하는 훈련부터 필요하다는 걸 이 시기에 깨달았다.
수익은 없지만 시간은 있다: 매출 없는 시기에 나를 갈고닦다
퇴사 후 6개월 동안 단 한 건의 외주도 수주하지 못했다. ‘내가 프리랜서로는 통하지 않는 사람인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수입이 없는 대신 시간은 무제한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나는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수익을 당장 올릴 수 없다면,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시간으로 바꾸자는 전략이었다.
가장 먼저 선택한 건 온라인 무료 강의와 스킬 업그레이드였다. 나는 글쓰기와 콘텐츠 기획이 전문 영역이었기에, 관련 강의를 매일 2시간 이상 들으며 글을 매일 쓰기 시작했다. 동시에 Notion을 활용해 나만의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만들었고, 블로그도 새로 개설해 콘텐츠를 정리했다. 처음에는 하루 1~2명 방문하는 수준이었지만, 매일 꾸준히 쓰다 보니 글 하나가 트위터에 공유되면서 100명이 넘는 유입이 생겼다.
이 시기에는 '돈 안 드는 브랜딩'에 집중했다. 브런치, 노션, 링크드인, 블로그 등 무료 플랫폼을 활용해 내 이름을 알리고, 존재감을 구축했다. 이 6개월 동안은 결과는 없었지만, 기반은 쌓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익이 없던 그 시기야말로 내 프리랜서 인생의 가장 값진 준비 기간이었다.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용기: 외로움을 견디고, 네트워크를 찾다
수입이 없다는 사실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나 혼자 세상에서 떨어져 나간 듯한 고립감’이었다. 직장에서는 그래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동료가 있었고, 누군가가 나의 일정을 정리해주고 피드백을 주었다. 프리랜서는 모든 걸 혼자 판단해야 했고, 누구도 나를 체크해주지 않았다. 그 외로움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이 시기에 내가 의지한 건 ‘온라인 네트워크’였다. 우연히 가입한 프리랜서 오픈채팅방, 온라인 스터디, 브런치 작가 모임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실질적인 정보와 정신적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매주 서로 작업물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루틴 속에서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았다.
또한, 몇몇 지인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예전 직장 동료에게 “혹시 작게라도 쓸 수 있는 일 있으면 말해줘”라고 했고, 실제로 20만 원짜리 번역 일감을 받기도 했다. 그 한 건이 준 금전적 만족보다 더 중요한 건 ‘나는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프리랜서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는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용기다. 그것이 수입 없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이 된다.
마무리: 수입이 없는 시간은 멈춤이 아니라 준비의 시간이다
퇴사 후 6개월 동안 한 푼도 벌지 못한 경험은 분명 두려운 기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 나는 그 시기에 지출 구조를 점검했고,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했으며, 나만의 브랜드를 구축했고, 작은 관계들을 다시 연결했다. 수입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값진 자립의 기반을 만들었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것은 늘 불안정한 구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불안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수입 없는 시간도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만약 지금 수입이 없어 불안한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느리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자각, 그리고 매일 쓰고, 배우고, 정리한다는 루틴은 언젠가 분명 수익으로 전환된다. 나 역시 그 6개월이 있었기에 지금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수입 없는 시간은 결코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시작을 준비하는 정적이고도 가장 본질적인 시기다.'프리랜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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